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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기록/작가별 그림책

[이수지 그림책] 동물원 (줄거리 및 그림 구성 요소)

by 최닥터 2025. 8. 19.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 치고는 다소 삭막한(?) 표지라서 처음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이수지 작가님이 유명하니까 한번 빌려왔던건데, 이번에 볼로냐 그림책 전시회를 가기전에 꺼내봤다(거기 파도야 놀자 그림책이 전시되어 있다고해서 갑자기 생각남ㅎㅎ). 책을 본 이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리스트에 추가 될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여러번을 다시 봐도 숨어있던 요소들을 발견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를 한장 넘기면 고릴라 한마리가 우리에서 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에서 나가면서 원숭이 앞의 길이 밝은 색으로 바뀌고 그 길 끝에는 원숭이와 코끼리가 기다리고 있다. 재미있는것은 책을 다 보고 나면 마지막 뒷 면지에 원숭이가 들어가기 싫어하는 고릴라를 우리로 밀어넣으면서 이 노란색이 사르르르 사라진다.  

줄거리는 아이가 부모와 동물원에 가게 되는데, 동물원이 회색빛이다. 동물원 특유의 활기참이 없고 대부분 무채색의 색으로 묘사가 되어 있다. 아이는 화려한 공작이 한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엄마 손을 놓고 공작을 따라가다보니 동물들이 있는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아이도 원래는 회색이었지만, 이때부터는 옷이 밝은 분홍색으로 바뀐다. 

하마 수영장 안에는 하마가 없지만 사람들은 우리 안을 구경하고 있다. 실제 현실에서는 하마가 보이기는 하겠지만, 우리 안에 갇혀서 생명이 없는 상태의 하마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는 공작을 따라 하마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세상으로 가는데, 이는 판타지 세계이면서도 하마가 꿈꾸는 세상일 듯하다. 아이의 나레이션은 하마 수영장, 코끼리 궁전, 기린 마을 등에 갔다고 나오지만 그 텍스트가 써진 그림은 빈 우리이고, 동물들과 아이는 알록달록한 세계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개인적인) 아이가 동물세계로 들어가면 계속 그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쭉 나올 것 같은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한 페이지는 삭막한 동물원, 그 다음 페이지에는 즐겁고 알록달록한 동물들의 세계가 번갈아서 나온다. 빈 코끼리 우리 -> 물놀이 하는 코끼리, 빈 기린 우리 -> 기린이 노는 모습 등으로 계속 번갈아 왔다갔다 한다. 이러한 전환 방식이 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더 대비되고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그냥 밝은 동물들 화면 위주로 그림을 봤는데, 다시 한 번 보다보니 아이를 잃어버린 다급한 부모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순간부터, 두리번대고, 공포에 질린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도 그 마음이 느껴져 아이를 찾는 결말을 알면서도 얼마나 초조했을까 싶어 두근거렸다. 

 

+ 두 장면들은 무채색-유채색 차이도 있지만, 아이와 동물들이 없는 철창들은 직선들 위주로 그려져 있다면, 동물들이 노는 세계는 더 부드러운 곡선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그 마음을 알리가 없으니 새들이랑 하늘을 날아다니기까지 하고 놀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모가 안타까워 아이고ㅎㅎㅎ 하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도,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이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다. 아이를 못찾을까 무서운 엄마의 표정과 웃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반대여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부모는 다행이도 벤치에 앉아있는 아이를 찾았고, 아이를 안고 동물원에서 나오는 부모의 표정은 너무나도 지친 상태이지만 아이는 행복한 표정이다. 아이는 현실세계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분홍색으로 묘사되는데, 동물원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밝아진 아이의 모습이 가능한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게 된다. 

 

+ 아빠한테 안겨 나가는 아이의 발을 보면 신발이 한짝 없어져 있다. 아이들이랑 보다가 신발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앞장을 넘겼는데 어 여기도 없네? 해서 한장을 더 앞으로 넘겨봤더니, 새들이랑 날아다니다가 신발을 잃어버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숨은 그림을 찾고 이유를 추론해보는 요소가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과연 아이가 다녀온 동물들의 세계는 꿈속 나라였을까, 진짜 다녀온걸까ㅎㅎ

 

+ 리뷰를 쓰다가 발견한건데, 맨 뒷표지에 원숭이가 분홍 신발을 주워서 소중히 가지고 있다 ㅎㅎ 


+ 이 책은 보고 또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동물원 곳곳에 대한 묘사도 디테일하다. 특히나 아이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부모님 세대라면 동물원에서 볼 수 있었을만한 풍경들이 나온다. 표지를 한 장 넘기면 판권이랑 제목이 나오고, 한장 더 넘기면 동물원 제목과 동물원 앞 풍경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 것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표소에 줄 서는 것, 동물원 앞에서 음식파는 상인, 풍선 파는 사람, 약간 한옥스타일 담장, 그리고 구걸하는 사람까지 발견하면서 신랑도 재미있다고 얘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