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산 문화 창고에서 열린 볼로냐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전시 자체는 약간 무서운 느낌의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책 표지는 사랑스러운 아이와 아빠이길래 무슨 내용일까 싶어 열어봤다.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길래 그림만 훑어 봤는데, 나중에 영어버전으로 된 것으로 텍스트까지 읽어보니 내가 그림만 보면서 생각한 느낌이랑은 조금 달랐다.


원래는 사이가 좋은 아빠이고, 애플 소스를 만들 때 손가락으로 콕 찍어서 맛보게 해주는데 아이는 그걸 참좋아한다.


이런 아빠이지만 화가 나면 무서운 괴물처럼 변하게 된다. 그림만 봤을 때는 아이 입장에서는 화가 난 아빠 모습을 이렇게 괴물같게 느껴지고, 방으로 올라가면 무서운 숲에 혼자 있는 것 같고 무섭다는 것을 묘사한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텍스트를 같이 읽으면서 보니, 아빠가 혼내니 아이가 주눅들기만 하는게 아니라, 스튜핏 대디라고 하면서 원래처럼 좋은 새 아빠를 찾을 거라고 한다. 그림만 봤을 때는 아빠가 화낼 때 아이가 무서워하는, 마냥 힘없는 존재라고만 생각해서 안쓰러웠는데, 막상 이런 텍스트를 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다. 아이가 혼나고 버림받을까봐 무서워 우는게 아니라 나름대로 화를 내고, 새아빠를 찾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라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니까ㅎㅎ


물론 새 아빠를 찾는것은 쉽지 않았다. 나무에 입이 달려서 아빠처럼 무섭게 잔소리를 한다. "조니 내말 듣고 있는거니? 지금 당장 신발 정리해라. 안그러면 버려버릴거야" 등등 우리집에서도 종종 들리는 협박 소리라 나는 뜨끔했고, 무서운 그림책인줄 알고 긴장해서 보던 아이들도 나를 쓱 쳐다보면서 히히 웃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달콤한 사과 소스 냄새가 풍겨오고, 그곳에는 아빠가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도 아빠는 여전히 괴물모습이었지만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손을 뻗어 아이를 들어오게 하고, 애플소스를 아이에게 내준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아이가 돌아온 이후에도 아빠는 잠시동안 괴물 상태였다는거다. 아이도 여전히 좀 뚱한 표정이었으나 애플소스를 먹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아빠도 사르르 원래 아빠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 애플소스가 두 사람을 화해 시켜주는 도구이자 다리였던거다.
실제로 나도 아이를 혼낸 후에, 한참 동안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를 감정적으로 혼낸 것인 것 같고, 정말로 필요한 훈육이었는지, 아이 발달 수준에 맞게 대응을 한것인지 등등 생각이 많다. 내 기분에 따라 과도하게 혼낸 것 같은 날은 더욱 한참 동안 속상하고, 기분이 빨리 풀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먼저 다가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재미있게 읽어주기 힘들 때도 있고, 어떨때는 엄마 아직 화났어라고 할 때도 있다. 결국은 아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 책에서 묘사한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아직 나는 애들이 어려서 혼이나도 생각보다 금방 잊고 같이 놀자고 하는 편이지만, 조만간 이 애들이 크고, 사춘기가 된다면 애들도 화가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빠가 애플소스를 만들어서 화해의 손길을 건네듯, 나도 아이들이랑 그런 신호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 감정이 상한 후에 사과의 말을 건네기 어렵다면(재밌게도 애플이 우리나라 말로 사과네 ㅎㅎ), 좋아하는 음식이나 물건을 건네면 서로 넘어가주기 약속 같은걸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ㅎㅎ
+ 전시 설명에는 유명한 책이라고 나와 있는데, 잘 몰랐던 책이라서 검색해보니 한국어로도 번역된 책이 있었다. 아빠와 사과 퓌레 라는 책으로 번역이 되어서 교원 올스토리 전집에 포함되어 있는 듯 하다.
클라스 베르블랑케 라는 작가가 궁금하면 아래와 같은 홈페이지도 있다
www.klaas.be
New cover illustration for The New Yorker, issue July 1, 2024 No matter where we live, we all have to find ways to cope with increasing disruptions in weather patterns, including intense heat waves. For the cover of the July 1, 2024, issue, the...
www.klaas.be
'그림책 기록 > 영어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어 원서) Star in the Jar(꼬마별을 찾아줘) (1) | 2024.11.25 |
|---|